생활비 안 주고 가사도 나 몰라라… 남편은 이혼을 거부하는데, 이혼할 수 있을까요?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요. 이혼하고 싶어요.”
“나는 절대 이혼 못 해. 나는 가정을 지키고 싶어.”

부부 중 한쪽은 혼인 관계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쪽은 관계 회복을 원하며 이혼을 거부하는 상황. 많은 분이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특히 배우자의 외도와 같은 명백한 잘못이 아니더라도,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에 지쳐 이혼을 결심했지만 상대방이 완강히 버티는 경우, 법적으로 이혼이 가능한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이와 매우 유사한 사례에 대해 대법원의 중요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판례를 통해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더라도 이혼이 인정될 수 있는 이혼 사유는 무엇인지, 우리 법원이 ‘혼인 파탄’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기 쉽게 살펴보겠습니다.

이혼사유

1. 재판을 통해 이혼하려면? 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

부부 양측이 이혼에 동의하면 협의이혼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결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혼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상 이혼’ 절차로 나아가야 합니다. 재판상 이혼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6가지 이혼 사유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해야만 가능합니다.

민법 제840조 (재판상 이혼원인)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오늘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입니다. 이는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혼사유

2. 1, 2심을 뒤집은 대법원의 판단: 무엇이 달랐을까?

기사에 소개된 사건의 아내는 남편의 잦은 해외 출장, 생활비 미지급, 가사와 육아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해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하며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혼을 거부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남편의 부정행위 증거가 부족하고, 남편이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는 만큼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설령 아내가 주장하는 부정행위(제1호 사유)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남편이 혼인 기간 내내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가사와 육아를 아내에게만 떠넘긴 채 가정을 돌보지 않은 행동 그 자체가 부부 공동생활의 본질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즉, 이러한 남편의 행동으로 인해 부부 사이의 신뢰가 무너져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면,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혼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혼사유

3. ‘말로만 하는 사과’와 ‘관계 회복 의지’의 한계

이 판결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말로만 사과한다고 해서 파탄된 혼인 관계의 유지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부부 관계가 실제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한쪽 배우자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오랜 기간 신뢰가 훼손되었고, 그로 인해 다른 배우자가 더 이상 혼인 생활을 유지할 의지를 완전히 잃었다면, 이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가사와 육아에 전혀 동참하지 않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가정을 돌보지 않는 등 부부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을 계속해왔다면, 이는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비슷한 상황으로 고통받고 계신다면, 감정적인 호소에 그치기보다는 배우자의 구체적인 유책 행위(생활비를 주지 않은 기간, 가사와 육아를 외면한 구체적 정황 등)를 입증할 자료를 차분히 준비하여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혼사유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혼 사유가 되나요?
A. 네,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생활비 미지급은 민법 제840조 제2호 ‘악의의 유기’ 또는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생활비를 주지 않은 기간, 그 이유, 부부의 재산 상황, 상대방이 겪은 경제적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Q2.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면 절대 이혼할 수 없나요?
A. 아닙니다.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더라도, 앞서 설명한 민법 제840조의 6가지 재판상 이혼 사유 중 하나 이상을 법정에서 명확히 입증한다면, 판결을 통해 이혼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는 재판상 이혼의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Q3. 소송까지 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꼭 변호사가 필요한가요?
A. 이혼 소송은 사안의 복잡성,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다툼의 정도에 따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법리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는 과정,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등 복잡한 쟁점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이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Q4. 혼인 파탄의 책임이 저에게도 일부 있다면 이혼 소송에서 불리한가요?
A. 부부 사이의 갈등은 어느 한쪽의 100% 잘못이기보다는 쌍방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합니다. 중요한 것은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입니다. 상대방의 책임이 나의 책임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이혼 청구는 인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과실 정도는 위자료나 재산분할 비율 산정 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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