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치고 발로 차는 남편, 이 정도 폭력도 이혼 사유가 될까요?
1. 가상의 사연: 반복되는 폭력의 그림자
결혼 2년 차 주부 지혜 씨는 요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연애 시절부터 다정했지만 가끔 욱하는 성격이 마음에 걸렸던 남편. 결혼 후 사소한 다툼이 격해질 때마다 남편의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언성이 높아지는 정도였지만, 언젠가부터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지혜 씨의 어깨를 거세게 밀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말대꾸를 한다는 이유로 허벅지를 발로 툭 차기도 했습니다. 멍이 들거나 피가 날 정도의 심한 폭력은 아니었기에 병원에 갈 생각은 못 했지만, 지혜 씨의 마음에는 이미 시퍼런 멍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늘 다음 날이면 “미안하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사과했지만, 비슷한 상황이 되면 폭력은 어김없이 반복되었습니다. 지혜 씨는 ‘이러다 더 심해지면 어떡하지?’라는 공포와 함께, ‘이런 결혼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깊은 회의감에 빠졌습니다.
과연 지혜 씨의 경우처럼, 심각한 상해를 입증할 진단서가 없더라도 가정 폭력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2. 첫 번째 쟁점: 어느 정도여야 ‘가정 폭력’으로 인정될까요?
많은 분들이 ‘가정 폭력’이라고 하면 심각한 구타나 상해를 떠올리지만, 법의 기준은 다릅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호는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폭넓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더라도 배우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면 충분히 가정 폭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신체적 폭력: 때리는 행위뿐만 아니라 밀치기, 발로 차기, 물건 던지기, 위협적으로 신체를 제압하는 행위 등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모든 유형력의 행사가 포함됩니다.
- 정신적 폭력: 폭언, 욕설, 무시, 협박 등 언어적 폭력과 감시, 통제, 사회적 고립 등 정서적 학대도 명백한 가정 폭력입니다.
따라서 사연 속 지혜 씨의 남편처럼 어깨를 밀치거나 발로 차는 행위는 비록 그 강도가 약하더라도 명백한 신체적 폭력에 해당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폭력의 강도보다 **’반복성’과 ‘지속성’**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설령 개별 폭력의 강도가 약하더라도 반복적인 폭행이나 폭언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여 관계 회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로 봅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등 참조).

3. 두 번째 쟁점: 가정 폭력,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까요?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해주지 않을 경우,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로써 이혼하는 것을 ‘재판상 이혼’이라고 합니다. 재판상 이혼을 하려면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6가지 사유 중 하나 이상을 입증해야 합니다.
가정 폭력은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 민법 제840조 제3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심히 부당한 대우’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배우자에 대한 폭행이나 학대입니다. 판례는 부부 사이의 폭행이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폭행이 아니더라도, 부부로서의 애정과 신뢰를 근본적으로 깨뜨리는 폭력 행위라면 ‘심히 부당한 대우’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반복되는 폭력은 부부 사이의 신뢰와 애정을 완전히 파괴합니다. 더 이상 상대방을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기 어렵고, 함께 있는 공간이 안전과 평온이 아닌 공포의 장소가 되었다면, 이는 혼인의 본질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반복적인 폭력 행사는 혼인 관계의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를 상실시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하므로,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4. 세 번째 쟁점: 진단서 없는 폭행,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요?
이혼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가정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진단서가 없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다양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합니다.
- 사진 및 동영상: 폭행으로 인한 가벼운 멍이나 상처, 다툼 후 엉망이 된 집안 모습, 부서진 물건 등을 날짜가 나오도록 촬영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음성 녹음: 폭언, 욕설, 협박 등이 담긴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폭행 후 상대방이 보낸 사과 메시지나, 폭행 사실에 대해 항의하는 대화 내용은 중요한 증거입니다.
- 경찰 신고 기록: 112에 신고한 이력이 있다면, 비록 형사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았더라도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 주변인의 진술: 폭행 사실을 목격했거나, 피해 사실을 지속적으로 털어놓았던 가족, 친구, 이웃의 사실확인서나 증언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정신과 상담 기록: 가정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면 해당 진료기록도 간접적인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증거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증거들이 여러 개 모이면 폭력의 반복성과 심각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 체인이 형성됩니다.

5. 결론: 더 이상 참지 말고 법의 보호를 받으세요.
정리하자면, 배우자의 폭력은 그 강도가 약하더라도 명백한 가정 폭력이며,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입니다.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어서는 안 될 범죄 행위입니다.
- 첫째, 어떠한 수준의 신체적 폭력도 법적으로는 ‘가정 폭력’에 해당합니다.
- 둘째, 반복되는 폭력은 민법상 재판상 이혼 사유인 ‘심히 부당한 대우’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 셋째, 진단서가 없더라도 사진, 녹음, 메시지, 경찰 신고 기록 등 다양한 증거를 통해 폭력 사실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폭력에 고통받고 있다면 더 이상 혼자서 감내하지 마십시오. 나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법적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적으로 주장을 구성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감정적으로 힘들 수 있으므로, 이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남편이 매번 사과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비는데, 그래도 이혼 소송이 가능한가요?
A. 네, 가능합니다. 반복되는 사과와 재발은 오히려 폭력의 상습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반성 없이 폭력이 계속된다면, 법원은 배우자의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혼 청구를 인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2. 이혼 소송을 하면 남편이 보복할까 봐 두렵습니다. 보호받을 방법이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이혼 소송과 별개로 또는 소송과 함께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가해 배우자가 집이나 직장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접근금지명령’ 등을 받아 신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Q3. 가정 폭력을 이유로 이혼하면 위자료를 더 받을 수 있나요?
A. 네, 그렇습니다. 가정 폭력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므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 재산분할과 별도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폭력의 기간, 정도, 피해 상황, 치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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