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우자가 아이를 데리고 해외로 떠난 뒤 이혼 소송을 걸어왔다면?
들어가며
어느 날 갑자기 외국인 배우자가 자녀를 데리고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가 연락이 두절되고, 얼마 뒤 현지 법원으로부터 이혼 소장(訴狀)을 받게 된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일 것입니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안타깝게도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법적으로 어떤 쟁점이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차분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글은 국제 이혼과 관련된 법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니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1. 재판은 어디서? –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가’일 것입니다. 배우자가 외국에서 소송을 시작했더라도, 우리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국제재판관할권’ 문제라고 합니다.
우리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합니다. 이혼 소송에서는 주로 아래와 같은 점들을 고려합니다.
- 부부의 주된 혼인 생활이 이루어진 곳이 한국인 경우
- 이혼의 원인이 된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한 경우
- 자녀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생활 기반이 한국에 있는 경우
- 부부 공동 재산이 한국에 있는 경우
따라서 혼인 생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했고, 자녀 역시 한국에서 성장했다면 배우자가 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한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여 적극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주요 판례] 대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에 대해,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와 같은 이념에 비추어 해당 사건을 대한민국 법원이 심판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혼 사유 발생 장소, 자녀의 생활 근거지, 증거 수집의 용이성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므12552 판결)

2. 가장 가슴 아픈 문제, 우리 아이는? – 자녀 양육권과 국제 아동 탈취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이의 문제입니다.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출국한 경우, 두 가지 법적 대응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통한 자녀 반환 청구입니다.
이 협약은 부모 중 한쪽이 다른 부모의 동의 없이 16세 미만의 자녀를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데려간 경우, 아이를 원래 살던 국가로 신속하게 돌려보내기 위한 국제 규범입니다. 배우자의 국가가 이 협약에 가입되어 있다면, 법무부를 통해 자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 형사 고소입니다.
부모라고 할지라도, 다른 부모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녀를 데려가는 행위는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주요 판례] 대법원은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 중인 상황에서, 한쪽 부모가 평온하게 자녀를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다른 부모가 폭행, 협박 등 불법적인 힘을 사용해 자녀를 데려간 행위는 ‘미성년자 약취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양육권을 남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9도16421 판결)
이혼 소송 과정에서 양육권자를 누구로 지정할지는 전적으로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법원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 양육 환경, 자녀와의 유대관계, 자녀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3. 함께 이룬 재산은 어떻게? – 재산분할과 위자료
국제 이혼에서도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중요한 쟁점입니다.
- 재산분할: 혼인 기간 중에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하여 형성한 재산은 명의와 상관없이 분할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는 예금, 부동산, 주식은 물론 해외에 있는 재산까지 포함됩니다. 다만 해외 재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집행하는 과정은 국내 재산보다 복잡할 수 있습니다.
- 위자료: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것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일방적인 가출이나 자녀 탈취 행위 등은 위자료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주요 판례] 법원은 이혼 소송과 위자료 청구 소송은 법적 성질이 다른 별개의 소송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혼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그 판결의 효력이 위자료 청구에까지 그대로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이혼이 인용되더라도 위자료는 별도로 다투어 인정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1996. 11. 1. 선고 95드27138,63979 판결)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배우자가 외국에서 이혼 소송을 걸었는데, 저도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부부의 주된 혼인 생활 근거지가 한국이었거나, 분쟁 사안이 한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면 한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Q2. 배우자가 동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출국했습니다. 범죄가 되나요?
A. 네,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부모 중 일방이라도 다른 양육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며 불법적으로 자녀를 데려가면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9도16421 판결)
Q3. 해외로 간 아이를 다시 데려올 방법은 없나요?
A.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통해 자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거주하는 국가가 협약 가입국인지 확인하고, 법무부를 통해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4. 그동안 혼자 아이를 키웠는데, 과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나요?
A. 네,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부양할 의무가 있으므로, 상대방의 도움 없이 혼자 자녀를 양육했다면 과거에 지출한 양육비 중 상대방이 부담했어야 할 부분에 대해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01. 7. 25. 선고 2000드합6063,6070 판결)
Q5.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나요? 해외에 있는 재산도 나눌 수 있나요?
A. 혼인 중에 함께 형성한 재산이라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모두 재산분할 대상이 됩니다. 각자의 기여도를 입증하여 공평하게 분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외 재산의 경우 그 존재와 가치를 입증하고 판결 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외국인 배우자가 자녀를 데리고 해외로 떠나 이혼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법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재판관할, 준거법, 자녀 반환, 재산분할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인 생활의 실체가 한국에 있었음을 입증할 자료, 자녀 양육에 대한 기여를 보여줄 자료 등을 미리 준비하고, 국제 이혼 사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응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