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는데, 아무도 아이를 키우기 싫다면... 양육자는 누가 되나요?
1. 가상의 사연: 누구도 원치 않는 양육권
결혼 10년 차, 7살 아들을 둔 서연 씨와 준호 씨는 오랜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성격 차이로 시작된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져 더는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데 서로 동의했습니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문제도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들 민수의 ‘양육권’ 문제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서연 씨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해외 지사 발령을 앞두고 있었고, 준호 씨는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몇 년간은 일에만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신이 키워. 난 지금 해외로 가야 해.”
“당신이 엄마잖아. 난 사업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야 해서 도저히 안 돼.”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 두 사람 모두 민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각자의 인생 계획 앞에서 아이의 양육은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혼 후의 삶을 그리며 각자의 미래를 설계했지만, 그 설계도 안에 아이의 자리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혼하는 부모 모두가 자녀의 양육을 원하지 않을 경우, 법은 아이를 어떻게 보호할까요? 아이의 양육자는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 걸까요?

2. 첫 번째 쟁점: 부모는 자녀 양육을 ‘거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모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부모의 자녀 양육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하늘이 부여한 의무이자 법이 강제하는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법은 이혼 시 부모가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여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37조 제1항). 하지만 이 협의는 반드시 ‘자녀의 복리(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에 부합해야 합니다(민법 제837조 제3항). 만약 부모가 서로 양육을 미루는 등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 협의 내용이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가정법원이 직접 개입하여 직권으로 양육에 관한 모든 사항을 결정하게 됩니다(민법 제837조 제4항).
즉, ‘아무도 키우지 않겠다’는 부모의 합의는 자녀의 복리를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므로 법원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자녀를 위한 최선의 양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3. 두 번째 쟁점: 법원은 어떻게 양육자를 지정하는가?
부모 모두가 양육을 기피할 때, 법원은 ‘누가 그나마 더 나은 양육자인가’를 판단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법원이 양육자를 지정할 때의 유일한 기준은 바로 ‘자녀의 복리’입니다. 이를 위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인천가정법원 2019. 9. 27. 선고 2018르12146 판결).
- 부모의 양육 의사 및 태도: 비록 양육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더라도, 그 진정성과 이유, 자녀와의 애착 관계 등을 면밀히 살핍니다.
- 부모의 경제적 능력: 각자의 소득, 재산 상태, 주거 안정성 등을 평가합니다.
- 자녀의 나이와 성별, 그리고 자녀의 의사: 특히 자녀가 어느 정도 의사 표현이 가능한 나이라면(사연의 7살 아들처럼), 법원은 아이의 의견을 청취하고 최대한 존중하려 노력합니다.
- 기존의 양육 환경 및 유대 관계: 이혼 전까지 주로 누가 아이를 돌보았는지, 아이가 누구와 더 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봅니다.
- 보조 양육자의 유무: 조부모 등 양육을 도와줄 다른 가족이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두 사람 중 아이의 안정적인 성장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쪽을 양육자로 지정합니다. 설령 그 부모가 양육을 강력히 원하지 않더라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양육의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4. 세 번째 쟁점: 양육자가 되지 않은 부모의 책임
법원의 결정으로 어느 한쪽이 양육자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다른 한쪽(비양육친)의 책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비양육친에게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법적 책임이 남습니다.
가. 양육비 지급 의무
자녀를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할 절대적인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837조). 양육비는 자녀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며, 부모로서 당연히 부담해야 할 책임입니다. 법원은 부모의 소득 수준과 자녀의 나이 등을 고려한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참고하여 구체적인 양육비 액수를 결정합니다. 양육비 지급은 단순한 약속이 아닌, 법원의 판결로 강제되는 의무입니다.
나. 면접교섭권
비양육친은 자녀를 주기적으로 만나고 소통할 권리(면접교섭권)를 갖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이는 부모를 위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모의 이혼과 상관없이 자녀가 부모 모두와 정서적 유대를 이어가며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다. 친권 문제
‘양육권’과 ‘친권’은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양육권이 자녀를 곁에 두고 기르는 사실상의 보호·양육에 관한 권리라면, 친권은 자녀의 법률행위 동의, 재산관리 등 보다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의미합니다. 우리 법원은 이혼 시 부모의 협의나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하며(민법 제909조 제4항), 양육자와 친권자를 다르게 지정하거나 친권을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도록 정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므4719 판결 이혼등). 따라서 양육자가 아니더라도 자녀의 중요한 결정에 관여하는 공동 친권자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5. 네 번째 쟁점: 법원이 부모가 아닌 제3자를 친권자 또는 양육자로 지정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우리 법원은 이혼 사건에서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부모가 아닌 제3자를 양육자로 지정하는 ‘다른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 제5항). 즉, 부모가 양육을 원치 않는 경우는 물론, 부모 중 일방이 양육을 원하더라도 제3자가 양육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제3자를 양육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가. 구체적인 방법: 친권 일부 제한과 미성년후견인 선임
법원이 제3자를 양육자로 지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것입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를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부모의 친권 중 양육에 관한 권한(보호·교양, 거소지정권 등)만을 제한하고(민법 제924조의2), 그 권한을 대신 행사할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즉, 부모의 친권 자체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 기능만 분리하여 자녀의 복리에 더 적합한 제3자(주로 조부모 등 친족)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임된 미성년후견인이 법률상 양육자로서 아이를 돌보게 됩니다.
나. 미성년후견인 선임 절차
미성년후견인 선임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개시하거나, 미성년자 본인,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가정법원에 청구함으로써 시작됩니다(민법 제932조 제1항). 청구를 받은 가정법원은 후견인이 될 사람의 의사, 자녀의 의사(특히 13세 이상인 경우), 기존 양육환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오직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후견인 선임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 제3자 양육 시 부모의 양육비 지급 의무
매우 중요한 점은, 이처럼 제3자나 미성년후견인이 양육자가 되더라도 부모의 양육비 지급 의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미성년후견인이 민법 제837조를 유추적용하여 부모를 상대로 양육비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9스621 결정). 결국 부모는 어떤 형태로든 자녀의 삶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6. 결론: 책임감 있는 자세로 법적 절차에 임해야
이혼 과정에서 양육권을 서로 미루는 상황은 부모에게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녀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정리하자면,
- 첫째, 부모는 개인의 사정으로 자녀 양육 의무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 둘째,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부모의 의사에 반해서라도 양육자를 직권으로 지정합니다.
- 셋째, 양육자가 되지 않더라도 양육비 지급 의무는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 넷째, 부모 모두가 부적합할 경우 조부모 등 제3자가 양육자로 지정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부모는 양육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자녀의 양육은 회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부모로서 짊어져야 할 당연한 책임입니다. 감정적인 대응이나 책임 회피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자녀에게 더 큰 고통을 줄 뿐입니다. 이러한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일수록, 냉정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자녀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법적 의무와 권리를 명확히 파악하고,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7.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법원에서 정해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양육비 지급은 법적 강제력을 갖습니다. 양육비를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하지 않으면, 양육자는 법원을 통해 급여 압류, 부동산 경매, 예금 압류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치(최대 30일간 유치장 등에 구금),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신상공개 등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Q2. 친권과 양육권은 정확히 무엇이 다른가요?
A. 양육권은 미성년 자녀를 자신의 보호 하에 두고 기르며 가르치는 권리이자 의무로, 주로 거소지정, 보호교양, 징계 등 사실상의 보호와 관련된 개념입니다. 반면 친권은 자녀의 신분 및 재산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리(법정대리권, 재산관리권 등)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혼 시 양육자와 친권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도, 분리하거나 공동으로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Q3. 일단 양육자로 지정되었는데, 나중에 사정이 바뀌면 변경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양육자로 지정된 후에도 양육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 기존의 양육 환경이 자녀의 복리를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가정법원에 양육자 변경 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자녀의 안정적인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양육자 변경을 쉽게 허용하지 않습니다.
Q4. 아이의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는데, 가능한가요?
A. 네, 가능합니다. 만약 부모가 모두 양육이 곤란하고, 조부모가 양육에 대한 강한 의사와 경제적·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이 아이의 복리에 가장 부합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조부모를 양육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모는 조부모에게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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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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