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시 아직 받지 않은 배우자의 퇴직금, 재산분할 받을 수 있을까요?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막상 이혼을 준비하다 보면 감정적인 문제 외에도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바로 ‘재산분할’ 문제입니다. 부부가 함께 사는 동안 힘을 합쳐 모은 재산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지점 중 하나는, 당장 손에 쥔 돈은 아니지만 미래에 받게 될 것이 확실한 ‘퇴직금’이나 ‘연금’입니다. “상대방이 평생직장에서 일했는데, 아직 퇴직을 안 했으니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가요?” 하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닙니다. 오늘은 배우자의 폭행과 외도로 이혼에 이르렀지만, 재산분할 과정에서 ‘장래 퇴직금’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세운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남편의 폭행과 외도, 그리고 아내의 눈물
오랫동안 주말부부로 지내온 교사 아내와 연구원 남편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시댁과의 갈등, 생활비 문제 등으로 남편과 자주 다퉜고, 남편은 급기야 자녀들 앞에서 아내를 폭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며 아내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결국 아내는 남편의 폭행과 외도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내는 혼인 관계가 파탄 난 책임이 남편에게 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하고,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재산을 공평하게 분할하며, 자녀들의 양육권과 양육비를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남편은 이혼에는 동의했지만,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바로 **”아직 받지 않은 자신과 아내의 장래 예상 퇴직금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법원의 일반적인 판단과는 다른 주장이었습니다.
2. 대법원의 역사적 판결: “미래의 퇴직금도 분할 대상이다!”
1심과 2심 법원은 남편의 유책 사유를 인정하여 이혼 판결을 내리면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판례에 따라, 부부가 장래에 받을 퇴직금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분할 비율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타 사정’으로만 고려했죠.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부부 일방이 아직 재직 중이어서 실제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이혼 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시점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하여 그 경제적 가치의 현실적 평가가 가능한 재산인 퇴직급여채권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 참조)
즉, 퇴직금은 단순히 월급을 나중에 받는 ‘후불 임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혼인 기간 중 다른 배우자의 내조나 외조와 같은 협력이 없었다면 형성되기 어려웠을 재산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참조). 따라서 아직 받지 않은 미래의 퇴직금이라도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룬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로 인해, 이혼 시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인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만약 그때 퇴직한다면 받을 수 있는 예상 퇴직금이 분할 대상 재산 목록에 오르게 되었습니다(대법원 2000. 5. 2. 선고 2000스13 결정 참조).
3. 재산분할, 정확히 알아야 손해 보지 않습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는 ‘위자료’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공동으로 협력하여 이룩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청산’의 의미가 강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따라서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하더라도, 그 배우자는 재산 형성에 기여한 만큼 자신의 몫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판례처럼, 퇴직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은 금액이 크고 계산 방식이 복잡하여 법적 분쟁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할 대상이 되는 금액은 정확히 얼마인지 등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입증하고 주장해야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만약 배우자와의 이혼 및 재산분할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특히 퇴직금, 연금, 사업체 자산 등 평가가 어려운 재산이 포함되어 있다면,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나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내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후회 없는 새 출발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혼 재산분할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하는데, 재산분할을 한 푼도 안 해줄 수 있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재산 형성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따지는 것이고, 유책(잘못) 여부는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에서 주로 다뤄집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명백한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분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에 상응하는 재산분할을 명하게 됩니다.
Q2. 저는 전업주부였는데,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나요? 기여도는 어떻게 인정되나요?
A2. 물론입니다. 법원은 가사노동, 육아 등 배우자의 내조 역시 재산의 유지 및 증식에 대한 중요한 기여로 인정합니다. 혼인 기간, 자녀 수, 재산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혼인 기간이 길 경우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50%까지 인정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Q3. 퇴직금 재산분할은 보통 어떻게 계산되나요?
A3. 간단히 설명하면, [이혼 시점의 예상 퇴직금] × [(혼인 기간) ÷ (총 재직 기간)] × [배우자의 기여도(예: 50%)] 방식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즉, 전체 예상 퇴직금 중 혼인 생활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대상으로 하여, 그 금액에 대해 배우자의 기여율만큼을 분할하게 됩니다.
Q4. 이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깜빡하고 재산분할 청구를 못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나요?
A4. 안타깝게도 어렵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 안에 행사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이 2년의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닌 ‘제척기간’이므로 중단되지 않아 더욱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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