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게임·음주 문제, '각서' 받아뒀는데 이혼 소송에 효과 있을까요?
※ 본 내용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상담이나 사건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조언이 필요하신 경우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배우자의 과도한 게임이나 음주 문제는 많은 가정을 힘들게 하는 단골 문제입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과 함께 각서를 받아두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이 각서가 과연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지, 혹시 모를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배우자의 게임, 음주 문제와 관련하여 작성된 각서의 법적 의미와 이혼 소송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주요 판례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각서’, 단순한 종이 약속일까? 법적 효력은?
결론부터 말하면, 부부 사이에 작성된 각서는 단순한 약속 이상의 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각서는 그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담은 **’처분문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처분문서란 그 문서 자체가 법률 행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중요한 서류를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처분문서의 진정성립(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따라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 인정되면, 그 내용을 부인할 만한 합리적인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기재된 내용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27116 판결).
따라서 배우자가 “과도한 음주를 하지 않겠다” 또는 “게임 시간을 줄이겠다”고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한 각서는, 그러한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과 배우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2. 게임·음주 문제,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까?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6가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게임 중독이나 음주 문제가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1므12108 판결).
법원은 단순히 게임이나 음주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가정과 자녀를 돌보지 않고 게임이나 음주에만 몰두하는 경우
- 가계에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경우 (예: 게임 아이템 구매, 음주로 인한 실직)
- 음주 후 폭언이나 폭행이 동반되는 경우
- 지속적인 갈등으로 부부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지고 대화가 단절된 경우
이때, 과거에 받아둔 각서는 배우자의 문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었으며, 개선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입증하는 핵심적인 자료가 됩니다.

3. 주요 판례로 본 각서의 증거 가치와 이혼 사유
법원은 각서의 증거 가치와 혼인 파탄의 사유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각서의 증거 가치에 대한 판례]
- 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다50520 판결: 법원은 서증(문서 증거)을 판단할 때, ① 우선 그 문서가 주장하는 작성자의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는지(형식적 증거력)를 살피고, ② 이것이 인정되면 비로소 그 내용이 증명하려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유용한지(실질적 증명력)를 판단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각서가 배우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 맞는지 확인된 후에야 그 내용의 신빙성을 따진다는 의미입니다.
- 대법원 1963. 2. 7. 선고 62다897 판결: 원고가 작성한 각서를 특별한 이유 설명 없이 믿지 않고 배척한 것은 처분문서의 증거가치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법원이 각서와 같은 처분문서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혼인 파탄에 대한 판례]
- 광주고등법원 2009. 6. 5. 선고 2008르242 판결: 배우자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 생활을 하던 중 가출하여 이혼을 청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하여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므955 판결: 부부가 잦은 다툼과 폭행을 반복하고, 갈등을 감정적으로만 대응하여 증폭시켰으며, 별거에 이른 후에도 신뢰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배우자의 게임, 음주 문제로 인한 지속적인 갈등에도 이 판례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각서에 “다시 술 마시면(게임하면) 전 재산을 포기한다”고 썼는데, 그대로 효력이 있나요?
A. 효력이 없거나 제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따져 정하는 것으로, 각서 한 장으로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법원은 설령 그런 내용의 각서가 있더라도, 재산 형성 경위, 기여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합니다. 다만, 이러한 각서는 상대방의 유책성을 강조하는 자료로는 활용될 수 있습니다.
Q2.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억지로 쓴 각서도 효력이 있나요?
A. 각서가 효력을 가지려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작성되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17조) 만약 강압이나 협박에 의해, 혹은 만취하여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의사무능력)에서 작성되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것만으로는 효력을 부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입증 책임은 효력을 부인하는 쪽에 있습니다.
Q3. 각서를 공증받으면 더 강력한 효력이 생기나요?
A. 공증은 ‘그러한 내용의 각서가 그 날짜에 당사자들의 의사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국가(공증인)가 증명해주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추후 상대방이 “내가 쓴 것이 아니다” 또는 “그런 내용으로 쓴 적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막아 문서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각서의 내용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인 경우(예: 전 재산 포기 약정) 공증을 받았다고 해서 그 내용이 유효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Q4. 각서는 있는데, 다른 증거가 부족합니다. 이혼 소송이 가능할까요?
A. 가능합니다. 각서는 그 자체로 배우자의 문제 행동과 그에 대한 인정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증거입니다. 물론, 각서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예: 게임 결제 내역, 음주 후 찍은 사진이나 영상, 주변인의 증언, 자녀의 진술 등)이 있다면 주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각서뿐이라도 소송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입증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결론: 각서는 ‘기록’이자 강력한 ‘증거’입니다.
배우자의 게임, 음주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감정적인 다툼으로만 끝내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약속을 ‘각서’라는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각서는 단순한 다짐의 글이 아니라, 훗날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상대방의 책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각서를 쓸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부가 함께 문제를 인지하고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어 법적인 조치를 고려할 때, 각서는 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