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없어도 이혼 사유? '부정한 행위'의 모든 것

“사랑해”
늦은 밤, 배우자의 휴대폰에 울린 이 메시지의 상대가 내가 아니라면? 부부 사이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혼 사유로서의 ‘부정한 행위’를 성관계, 즉 간통과 동일하게 생각하지만, 우리 법원은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성관계가 없었더라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부정한 행위’란 무엇인지, 법원은 어떤 경우를 부정한 행위로 판단하는지 주요 판례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본 포스트는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부정한 행위

1. 법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란?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1호).

여기서 ‘부정한 행위’란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배우자로서의 정조의무에 충실치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이른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이혼및위자료). 즉, 반드시 성관계가 있어야만 부정한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며, 부부간의 신뢰와 정조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특정 행위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합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이혼및위자료).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부정한 행위

2. 법원이 ‘부정한 행위’로 인정한 사례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성관계 없이도 부정한 행위로 인정되었을까요? 실제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가. 애정 표현이 담긴 연락이나 부적절한 만남

단순한 동료나 친구 사이의 연락을 넘어선, 오해를 살 만한 연락이나 만남은 부정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 통념상 부부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속적이고 친밀한 관계는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나.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한 경우

부정한 행위가 원인이 되어 결국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는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됩니다.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부정한 행위

3. 부정한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로 고통받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법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이혼 청구: 민법 제840조 제1호에 따라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위자료 청구: 부정한 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우자와 그 상대방(상간자) 모두에게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려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2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민법 제841조).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부정한 행위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부정한 행위의 기준이 너무 모호한 것 같아요. 정확히 뭔가요?
A. 네, 법이 ‘이런 행동은 무조건 부정한 행위다’라고 정해놓지는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배우자로서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의미하며, 구체적인 상황과 행위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이혼및위자료). 따라서 단순히 이성인 친구와 한두 번 연락한 것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지만, 그 빈도가 잦고 내용이 애정 표현을 담고 있다면 부정한 행위로 볼 가능성이 커집니다.

Q2. 혼인신고 전에, 즉 약혼 단계에서 바람을 피운 것도 이혼 사유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의 ‘부정한 행위’는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혼인 전 약혼 단계에서의 부정행위는 이 조항에 따른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1. 9. 13. 선고 91므85,92 판결 이혼,이혼등).

Q3. 이미 혼인 관계가 끝장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 법원은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 이후에 제3자와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즉, 이미 부부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난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4. 바람피운 배우자가 먼저 이혼하자고 소송을 걸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86. 02. 25 선고 85므79 판결 이혼). 이는 스스로 잘못을 저질러놓고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상대방 배우자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Q5. 부정한 행위를 용서해 줬는데,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841조에 따라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후에 용서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용서 이후에 또다시 새로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그 새로운 행위를 근거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 부정한 행위

결론: 신뢰의 문제

결론적으로, 재판상 이혼 사유인 ‘부정한 행위’는 성관계 여부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신뢰와 정조의무를 저버렸는가’**를 핵심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늦은 밤의 다정한 문자, 단둘만의 부적절한 만남, 오해를 살 만한 스킨십 등은 그 자체로 부부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심각한 행위입니다.

배우자의 행동으로 인해 깊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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