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그 이후…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넘어 사랑으로 맺어진 국제 결혼.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관계가 틀어져 이혼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외국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제 결혼 이혼은 일반적인 이혼 절차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법적 쟁점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국제 이혼 문제, 오늘 이 글에서 핵심적인 법률 쟁점들을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어느 나라 법원에서 이혼 재판을 해야 할까요? (국제재판관할)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과연 한국 법원에서 이혼 재판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국제재판관할’**이라고 합니다.
우리 법원(국제사법 제2조)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합니다. 쉽게 말해, 부부가 함께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당연히 한국 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우자가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거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국제사법 제56조는 다음과 같은 경우 한국 법원의 관할을 인정합니다.
- 부부가 마지막으로 함께 살았던 곳이 한국이고, 부부 중 한 명이 여전히 한국에 살고 있는 경우
- 피고(소송을 당하는 배우자)가 행방불명된 경우
- 원고(소송을 제기하는 배우자)가 배우자에게 악의적으로 유기된 경우
따라서 배우자가 해외에 있더라도, 두 사람의 주된 생활 근거지가 한국이었거나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가정을 버리고 떠난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2. 어느 나라 법을 기준으로 이혼하게 되나요? (준거법)
재판할 법원이 정해졌다면, 다음은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혼 절차를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를 **’준거법’**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국제사법 제66조에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부부 중 한쪽이 대한민국에 일상적인 거처(일상거소)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법, 즉 우리 민법에 따라 이혼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국제 결혼 부부가 한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 만약 배우자의 본국법이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예: 필리핀) 어떻게 될까요? 이혼을 못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법원은 외국법에 따르면 이혼이 불가능하더라도,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부부에게 이혼을 금지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도 우리나라 민법을 적용하여 이혼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3. 이혼의 방법과 핵심 쟁점들
1) 협의이혼 vs 재판상 이혼
- 협의이혼: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여 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하는 간편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국제 결혼의 경우, 배우자의 본국법에서도 협의이혼 제도를 인정해야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나 중국 국적의 배우자와는 협의이혼이 가능할 수 있지만, 재판상 이혼만 인정하는 미국이나 이혼 자체를 금지하는 필리핀 국적의 배우자와는 협의이혼이 불가능합니다.
- 재판상 이혼: 협의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때 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혼하는 방법입니다. 국제 이혼에서는 재판상 이혼이 더 일반적입니다. 우리 민법 제840조는 다음과 같은 6가지 재판상 이혼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외도 등)
-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 부양, 협조 의무를 저버린 경우)
-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폭행, 폭언 등)
-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성격 차이, 경제적 갈등, 신뢰 파탄 등)
2) 위자료, 재산분할, 그리고 양육권
재판상 이혼을 할 때는 단순히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 문제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 위자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 재산분할: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입니다. 재산의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외국인 배우자 역시 기여도를 입증하면 정당한 몫을 분할받을 수 있습니다.
- 친권 및 양육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 후 누가 자녀를 보호하고 기를 것인지(친권 및 양육권자)를 정해야 합니다. 법원은 오직 **’자녀의 성장과 복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국제 이혼에서는 외국인 부모가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빼앗길까 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므12320,12337 판결). 따라서 부모의 국적이나 언어 능력보다는 누가 자녀를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사랑으로 키울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4. 외국인 배우자의 가장 큰 고민, ‘체류자격(비자)’ 문제
외국인 배우자에게 이혼은 ‘신분’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결혼이민(F-6)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던 중 이혼하게 되면, 체류자격 연장이 불가능해져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혼하더라도 한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음을 입증하는 경우 (예: 가정폭력, 외도 등)
- 이혼 후 한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갖게 된 경우
위와 같은 사유가 있다면, 다른 체류자격으로 변경하거나 기존 체류자격을 연장하여 한국에서 계속 생활하며 자녀를 양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 과정에서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입증할 증거(사진, 녹음, 진단서, 주변인 진술 등)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을 마치며
국제 결혼 이혼은 재판관할, 준거법, 비자 문제 등 일반 이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복잡한 법적 쟁점들이 얽혀 있습니다. 감정적인 소모가 큰 이혼 과정에서 이러한 법적 문제까지 혼자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잘못된 정보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국제 이혼 사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법률 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배우자가 말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두 분이 마지막으로 함께 살았던 곳이 한국이라면 한국 법원에 재판 관할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악의적 유기’는 그 자체로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됩니다.
Q2. 배우자 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이혼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말 이혼할 수 없나요?
A. 아닙니다, 이혼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법원은 이러한 경우 우리 법의 ‘공서양속(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 민법을 적용하여 이혼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Q3. 제가 외국인이고 한국말이 서툰데, 아이 양육권을 뺏길까 봐 두렵습니다.
A.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법원은 부모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양육권을 불리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법원은 오직 아이의 행복과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양육자를 결정합니다.
Q4. 이혼하면 무조건 한국에서 추방되나요? 비자를 연장할 방법은 없나요?
A. 반드시 추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혼의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다는 점을 입증하거나, 미성년 자녀의 양육권을 갖게 되면 체류자격을 연장하여 한국에 계속 머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혼 소송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국제결혼이혼 #외국인이혼 #이혼재판관할 #이혼준거법 #재산분할 #양육권 #F6비자이혼 #이혼변호사 #섭외이혼 #위자료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