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함께 산 남편이 위독하다면... 혼인신고 안 한 저는 재산 상속, 한 푼도 못 받나요?

1. 가상의 사연: 7년의 세월, 법의 벽 앞에 서다

선영 씨는 7년 전 민수 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혼인신고는 잠시 미루고 함께 살림을 꾸렸습니다. 양가 부모님과 친척, 친구들 모두 두 사람을 부부로 알고 있었고,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도 늘 함께하며 사실상 부부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민수 씨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의식불명 상태가 길어지자 선영 씨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7년간 함께 일군 보금자리인 민수 씨 명의의 아파트, 그리고 그가 꼬박꼬박 부어온 연금… 만약 민수 씨가 끝내 깨어나지 못한다면, 법적으로는 ‘남’인 자신은 이 모든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건지, 눈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선영 씨처럼 혼인신고 없이 오랜 기간 부부로 살아온 사실혼 관계에서, 한쪽이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는 법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혼 상속

2. 첫 번째 쟁점: ‘사실혼’이란 무엇이고, 법적으로 인정될까요?

가장 먼저 ‘사실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사실혼이란, 단순히 함께 사는 ‘동거’와는 다릅니다. 법원은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 두 가지 요건을 요구합니다(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므70 판결).

  • 주관적 요건: 당사자 사이에 ‘혼인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 객관적 요건: 사회 통념상 ‘부부 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선영 씨의 경우, 7년간 동거하며 양가 가족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주변에서 모두 부부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 혼인 의사가 있고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아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혼 상속

3. 두 번째 쟁점: 가장 중요한 문제, ‘사실혼 상속’은 가능한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사실혼 배우자는 법적인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민법은 혼인신고를 통해 법률적으로 인정된 부부 관계, 즉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상속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003조). 이는 상속 관계를 명확히 하여 법적 안정성을 꾀하려는 ‘법률혼주의’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최근 헌법재판소 역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이러한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헌법재판소 2014. 8. 28. 2013헌바119 결정). 따라서 민수 씨에게 자녀나 부모 등 다른 법정상속인이 있다면, 그들이 민수 씨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되며 선영 씨는 사실혼 상속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사실혼 상속

4. 세 번째 쟁점: 그렇다면 ‘사실혼 권리’는 전혀 없나요?

사실혼 상속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사실혼 권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은 여러 특별법과 제도를 통해 사실혼 배우자를 일부 보호하고 있습니다.

가. 재산분할 청구권: 살아있을 때와 사망했을 때의 차이

사실혼 관계가 살아있는 동안 해소될 경우(이별), 법률혼 부부가 이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함께 노력해서 이룬 공동재산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준용).

하지만 매우 중요한 점은, 사실혼 관계가 한쪽의 ‘사망’으로 인해 종료된 경우에는 남은 배우자가 사망한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재산분할은 어디까지나 두 사람이 살아있음을 전제로 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영 씨는 민수 씨가 사망한 후에 민수 씨의 상속인들에게 아파트의 절반을 달라고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나. 특별법에 따른 권리

다행히도 일부 특별법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법률혼 배우자와 동일하게 보호합니다.

  • 유족연금 수급권: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등 대부분의 공적연금 관련 법률은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국민연금법 제3조 제2항 등). 이에 따라 법정상속인이 아니더라도 사망한 가입자와 생계를 함께 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를 인정합니다. 따라서 선영 씨는 민수 씨가 가입한 연금의 종류를 확인하고 해당 기관에 유족연금 수급 가능 여부를 문의해볼 수 있습니다.
  • 주택 임차권 승계: 임차인인 민수 씨가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주택에서 함께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배우자인 선영 씨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 만약 민수 씨에게 상속인이 있더라도 그 상속인이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면, 선영 씨는 그 상속인(2촌 이내 친족)과 공동으로 임차권을 승계하게 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

다. 상속인이 아무도 없는 경우: ‘특별연고자’로서의 재산 분여 청구

만약 민수 씨에게 자녀, 부모, 형제자매 등 법정상속인이 아무도 없다면, 선영 씨는 마지막 방법으로 법원에 ‘특별연고자’로서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나누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57조의2). 법원은 고인과 생계를 같이하고, 고인을 간호하는 등 특별한 연고가 있는 사람의 청구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산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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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희망의 끈을 놓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사실혼 관계에서는 배우자 사망 시 사실혼 상속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며, 재산분할 청구도 어렵습니다. 이는 7년의 세월을 함께한 선영 씨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 첫째, 민수 씨가 가입한 연금 등 특별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실혼 권리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 둘째, 만약 민수 씨가 잠시라도 의식을 회복한다면, ‘유언 공증’이나 ‘증여’를 통해 선영 씨에게 재산을 남겨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 셋째, 민수 씨의 다른 상속인 유무를 파악하고, 만약 상속인이 없다면 ‘특별연고자 재산분여 청구’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처럼 사실혼 관계의 재산 문제는 법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현재 배우자의 상태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달라집니다. 막막한 상황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신속하게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 상황에서 선영 씨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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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만약 남편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면, 남편의 부모님이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되나요?
A. 네, 그렇습니다. 민수 씨에게 자녀가 없다면 부모님이 1순위 상속인이 됩니다. 이 경우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재산은 원칙적으로 부모님에게 상속되며, 사실혼 배우자인 선영 씨는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Q2. 살아있을 때 “내 재산은 모두 당신에게 주겠다”는 각서를 써준 것이 있는데, 효력이 있나요?
A.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각서만으로는 법적인 유언의 효력을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민법은 자필증서, 공정증서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유언의 방식만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당 각서는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입증하는 간접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는 있습니다.

Q3. 아파트 대출금을 저도 같이 갚았는데, 이 부분도 돌려받지 못하나요?
A. 상속이나 재산분할과는 별개로, 본인이 아파트의 가치 상승이나 유지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상속인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금을 함께 갚았다는 사실을 금융거래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로 명확히 입증해야 하며, 법리적으로 매우 복잡한 소송이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Q4. 지금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시급한 것은 민수 씨의 정확한 재산 내역(아파트, 예금, 보험, 연금 등)과 상속인 관계(자녀, 부모, 형제자매 유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즉시 상속 및 가사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현재 상황을 진단받고, 유족연금 수급권 확보, 향후 상속인들과의 분쟁 가능성 대비 등 구체적인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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