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포기" 각서, 이혼 시 재산분할에 효력 있을까?

배우자의 외도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외도가 발각된 후, 잘못을 뉘우친다며 “다시는 외도하지 않겠다. 만약 또 외도하면 모든 재산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같은 잘못이 반복되고,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었을 때, 이 ‘재산포기 각서’는 과연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외도 후 작성된 재산포기 각서가 이혼 시 재산분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원은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주요 판례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 재산 포기 각서 재산분할

1. 외도 각서, 그 법적 성격은?

배우자의 외도 후 작성된 재산포기 각서는 그 자체로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각서를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부부가 원만하게 협의하여 이혼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산분할 방법에 대해 미리 합의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협의이혼이 아닌, 소송을 통한 재판상 이혼으로 진행될 경우, 각서의 내용은 그대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외도와 채무 등으로 갈등을 겪던 남편이 ‘집 재산권을 아내에게 이전한다’는 각서를 작성했지만, 이후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해당 각서는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약정인데 협의이혼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각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부산가정법원 2018. 11. 7. 선고 2018드단20497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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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판상 이혼 시, 각서는 어떻게 활용될까?

그렇다면 재판상 이혼에서 각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서가 재산분할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지만, 재판부에 매우 강력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가. 유책 사유 입증

습관적인 외도는 그 자체로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명백한 유책 사유입니다 (민법 제840조). 각서는 배우자의 유책 행위를 스스로 인정한 명백한 증거가 됩니다. 특히 각서 작성 이후에도 외도가 반복되었다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데 매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법원은 혼인 파탄의 원인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 생활의 기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1므12108 판결), 반복된 외도와 그에 대한 각서는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나. 재산분할 비율 산정의 참작 사유

법원은 재산분할을 할 때, 부부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

여기서 ‘그 밖의 모든 사정’에 바로 이 ‘외도 각서’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각서의 존재와 그 작성 경위를 통해 상대방이 혼인 파탄에 책임이 크다는 점, 그리고 재산 관계에 대해 스스로 특정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각서를 받게 된 배우자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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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요 판례로 살펴보는 각서의 효력

[사례 1] 협의이혼이 아니면 효력 없다! (부산가정법원 2018드단204974 판결)

  • 사실관계: 남편 A씨는 외도 문제로 아내 B씨와 갈등을 겪던 중, 자녀들 앞에서 “집 재산권은 엄마에게 이전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각서를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협의이혼에 이르지 못하고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되었으므로, 이 약정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각서 내용과 무관하게 두 사람의 재산형성 기여도 등을 따져 재산을 분할했습니다.

[사례 2] 궁박한 상태에서 쓴 각서, 효력 있을까?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29027 판결)

  • 사실관계: 남편의 외도나 금전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던 아내가 남편에게 “모든 재산을 아내의 소유로 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받았습니다. 이후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남편은 각서의 효력을 부인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및 시사점: 대법원은 남편이 단순히 각서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각서에 동의할 수 없는 여러 사정을 들며 효력을 다투고 있다면, 그 주장 속에는 **’궁박한 상태에서 경솔하게 이루어진 불공정한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외도 발각 직후와 같이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작성된, 내용이 일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각서는 민법상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판결입니다. 이는 각서가 존재하더라도 그 작성 경위와 내용의 공정성을 법원이 엄격하게 따져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 판례] 재산분할에 위자료 성격도 포함될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7. 11. 02 선고 2016가단216853 판결)

법원은 이혼 시 재산분할이 단순히 공동재산을 청산하는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라, 유책 행위로 인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습관적 외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 이러한 점이 재산분할 액수를 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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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배우자의 습관적 외도로 받은 ‘재산포기 각서’는 그 자체로 모든 재산을 가져올 수 있는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혼 소송에서 상대방의 잘못을 명백히 입증하고, 재산분할과 위자료 산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비슷한 상황으로 고통받고 계시다면, 각서와 함께 외도를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을 잘 확보하여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적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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