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의지만 엄마가 쓴 계모임 통장, 이혼할 때 나눠야 하나요?

1. 가상의 사연: 내 이름으로 된 ‘엄마의 돈’

결혼 10년 차 지현 씨는 남편과의 계속된 갈등 끝에 이혼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재산분할을 위해 서로의 재산을 정리하던 중, 남편은 지현 씨 명의로 개설된 예금 통장에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당신 이름으로 된 재산이니 당연히 부부가 함께 모은 공동재산”이라며, “이 5천만 원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서 절반을 나눠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현 씨는 억울합니다. 이 통장은 본인이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친정어머니를 위해 만들어드린 것으로, 실제로는 어머니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계모임 통장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봐도 지현 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계모임 회원들의 이름으로 돈이 들어오거나 어머니가 직접 관리한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이처럼 내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사용한 계좌, 즉 타인사용 명의계좌가 이혼 시 재산분할에 포함되는 걸까요? 지현 씨는 이 5천만 원을 남편에게 분할해주어야만 하는 걸까요?

타인 사용 명의계좌 재산분할

2. 첫 번째 쟁점: 재산분할, ‘명의’가 중요할까 ‘실질’이 중요할까?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누구의 명의로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재산을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했느냐’**입니다.

우리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의 대상을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혼인 기간 중 부부가 함께 노력해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취득하거나 유지한 재산이라면, 그것이 남편 명의의 부동산이든, 아내 명의의 예금이든 모두 분할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통장 명의가 지현 씨라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무조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그 돈의 출처, 관리 및 사용 주체, 형성 경위 등 ‘실질적인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따져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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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번째 쟁점: ‘특유재산’과 ‘명의신탁 재산’

이러한 다툼에서 주로 등장하는 법률 용어가 ‘특유재산’과 ‘명의신탁 재산’입니다.

가. 특유재산: 원래 내 것이었던 재산

민법 제830조 제1항에 따르면,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봅니다. 남편의 주장은 바로 이 조항에 근거하여 ‘지현 씨 명의의 통장이니 지현 씨의 특유재산이고, 부부 공동생활 중에 형성되었으니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입니다. 즉, 일단은 명의자의 재산으로 보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그 추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나. 명의신탁 재산: 이름만 빌려준 재산

지현 씨가 주장해야 할 핵심이 바로 ‘명의신탁’입니다. 명의신탁이란, 실제 소유자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재산을 등기하거나 등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현 씨의 사례처럼, 실제 돈의 주인은 ‘어머니’이지만 편의상 ‘딸(지현 씨)’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금 명의신탁에 해당합니다.

만약 지현 씨가 이 통장이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 어머니가 명의신탁한 재산이라는 점을 법원에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 이 5천만 원은 지현 씨의 재산도, 부부 공동재산도 아니므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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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 번째 쟁점: ‘내 돈이 아니다’라는 사실, 어떻게 증명할까? (입증 책임)

법원은 ‘그냥 어머니 돈이에요’라는 주장만으로는 지현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명의신탁 사실을 주장하는 사람, 즉 지현 씨가 그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여 입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증거들이 필요할까요?

  • 금융거래내역: 통장의 전체 입출금 내역이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계모임 회원들의 이름으로 일정 금액이 주기적으로 입금된 내역, 어머니의 다른 계좌에서 이 통장으로 돈이 이체된 내역, 반대로 지현 씨가 이 통장에서 돈을 빼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 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 증인의 진술: 친정어머니와 계모임 회원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해당 통장이 계모임 운영을 위해 개설되었고 실질적인 관리와 사용은 어머니가 해왔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 관련 대화 내용: 어머니와 계모임 통장 개설 및 사용에 관해 나눈 카카오톡 대화나 문자 메시지 등도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자금의 출처: 최초 통장을 개설할 때 들어간 돈이나, 이후 큰 금액이 입금되었을 때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어머니의 다른 재산 등)를 명확히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타인사용 명의계좌가 재산분할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 계좌가 부부의 공동 노력과 무관하게 형성되고 유지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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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명의보다 실질, 그리고 그 실질을 증명할 ‘증거’

정리하자면, 배우자 명의의 재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재산분할은 명의가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인지를 따집니다.
둘째, 내 명의의 계좌라도 그것이 부모님 등 제3자의 재산임을 ‘명의신탁’ 법리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하지만 명의신탁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금융거래내역, 증인 등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내 돈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은 매우 첨예하고 복잡한 다툼입니다. 특히 명의신탁 재산과 같이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이 많은 경우, 감정적인 대응만으로는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관련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법원의 논리에 맞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이혼 및 재산분할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철저하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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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제가 가끔 그 통장에서 돈을 빼서 쓴 기록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본인이 해당 계좌를 일부라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법원은 순수한 명의신탁 재산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사용한 금액의 성격, 빈도,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산분할 포함 여부나 기여도를 판단하게 되므로 전문가의 세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Q2. 남편은 저희 엄마가 저에게 ‘증여’한 돈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반박해야 하나요?
A. 매우 흔한 상대방의 반박 주장입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금이 증여가 아니라 어머니의 필요에 의해 맡겨진 ‘명의신탁’ 자금이라는 점을 앞서 설명한 증거(계모임 통장 사용 내역, 어머니의 관리 정황 등)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증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3. 이혼 소송 중에 어머니가 그 통장의 돈을 모두 인출해가도 괜찮을까요?
A. 소송 중 재산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비록 어머니의 돈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재산은닉 시도라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임의로 재산을 변동시키기보다는, 변호사와 상의하여 법적으로 안전한 절차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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