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혼인 계약서(프리넙)' 작성,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벌가 자제들이 결혼을 앞두고 ‘혼인 계약서’를 작성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흔히 ‘프리넙(Prenup, Prenuptial agreement)’이라고도 불리는 이 계약서는 이제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닌데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나 이미 결혼한 부부들 사이에서도 “우리도 한번 써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과연 당사자끼리 작성한 혼인계약서가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혼인 계약서의 법적 효력과 한계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우리 법에도 ‘혼인 계약서’가 있을까요? : 부부재산약정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민법은 ‘부부재산약정’이라는 이름으로 혼인 전 재산에 관한 계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829조(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
① 부부가 혼인성립 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한 때에는 그 등기를 함으로써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② 부부가 혼인성립 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약정한 때에는 혼인 중 이를 변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다.
이 조항이 바로 혼인 계약서의 법적 근거입니다. 즉,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다면 혼인 계약서는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시기: 반드시 혼인 신고 전에 체결해야 합니다. 이미 혼인 신고를 마친 부부가 작성하는 재산 관련 합의는 여기서 말하는 ‘부부재산약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변경: 일단 체결하면 혼인 중에는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 등기: 계약 내용을 등기해야 제3자(예: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등기하지 않아도 부부 사이에서는 효력이 있지만, 제3자와의 관계에서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2. 혼인 계약서, 모든 내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까? (계약의 한계)
부부재산약정이 법적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모든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원은 계약의 내용이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법률이 보장하는 본질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대표적인 내용]
- 이혼 자체를 조건으로 하거나,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조항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이혼 시 재산분할을 일절 청구하지 않는다” 또는 “어떤 경우에도 위자료를 요구하지 않는다”와 같은 조항은 무효입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점에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권리를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참조). -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 (민법 제103조)
“바람을 피우면 전 재산을 포기한다”와 같이 지나치게 가혹한 위약벌 조항이나, “매주 주말에는 반드시 시댁/처가에 방문해야 한다” 등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비재산적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의 양육권 및 친권 포기 조항
“이혼 시 무조건 엄마/아빠가 친권과 양육권을 갖는다”와 같은 조항 역시 무효입니다.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은 계약 당사자의 의사보다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하므로, 법원이 이혼 시점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3. 그렇다면 혼인 계약서는 왜 작성할까요?
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혼인 계약서, 즉 부부재산약정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 특유재산의 명확화: 결혼 전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특유재산)과 결혼 후 공동으로 형성할 재산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산분할 다툼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분쟁 예방 및 의사 확인: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될 두 사람이 재산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하고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건강한 혼인 관계를 위한 긍정적인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 법원의 판단 근거: 비록 재산분할 포기 조항 등이 직접적인 효력은 없더라도, 이혼 시 재산분할 비율이나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법원이 ‘당사자들의 의사’를 참작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즉, 계약서의 존재 자체가 재판 과정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전문가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혼인계약서(프리넙)**는 법적 근거가 있는 유효한 계약이지만, 반드시 **’혼인 신고 전’**에 작성해야 하고, 법률에 위배되는 내용은 무효가 되는 등 여러 제약이 따릅니다.
단순히 인터넷에 떠도는 양식으로 작성하거나, 법적 효력이 없는 내용을 포함하여 작성할 경우, 정작 필요할 때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유효하고 실질적인 효력을 갖는 혼인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사법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통해 부부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인 계약서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이미 혼인신고를 했는데, 지금이라도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나요?
A. 민법 제829조에서 말하는 ‘부부재산약정’은 혼인 신고 전에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혼인 중에도 부부간의 재산 관계에 대한 합의서(예: 재산분할 협의서)를 작성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이혼을 전제로 하는 등 그 성격과 효력이 부부재산약정과 다르므로 법률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Q2. 혼인 계약서는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효력이 있나요?
A. 공증이 계약의 효력 발생 요건은 아닙니다.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도 효력은 발생합니다. 다만, 공증을 받으면 계약서의 진정성이 확보되고 분실 위험이 줄어들어 향후 분쟁 발생 시 강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Q3. 배우자의 외도에 대비한 위약금 조항을 넣을 수 있나요?
A. “부정한 행위를 할 경우 위약금으로 OOO원을 지급한다”는 식의 조항은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이는 이혼 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금액이 사회 통념상 지나치게 과도할 경우 법원에 의해 감액될 수 있습니다.
Q4. 상속받거나 증여받을 재산에 대해서도 계약서에 명시할 수 있나요?
A. 혼인 중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하지만 상대방 배우자가 그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혼인 계약서에 “혼인 중 각자 상속/증여받는 재산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해두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기여도 다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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