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제 험담하는 남편, 이혼 사유가 될까요?
1. 가상의 사연: 아이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
결혼 10년 차, 5살 아들을 둔 지혜 씨는 남편과 ‘하우스메이트’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뜨거웠던 사랑은 식은 지 오래, 부부간의 대화는 단절되었고 오직 아이를 위해 위태로운 동거를 이어갈 뿐입니다. 남편은 주말마다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등 좋은 아빠 역할을 하고 있어, 지혜 씨는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며 버텨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해맑은 얼굴로 지혜 씨에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는 맨날 화만 내고 무서운 사람이래요.”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비수가 되어 지혜 씨의 가슴에 꽂혔습니다. 남편에게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따져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 해?”라는 적반하장이었습니다.
아이를 방패 삼아 자신을 비난하는 남편의 행동에 지혜 씨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이미 감정적으로 남남이 된 사이, 이 결혼을 더 이상 유지해야 할 의미가 있을까요? 과연 남편이 아이에게 아내의 험담을 한 것도 법적인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2. 첫 번째 쟁점: 어떤 경우에 법적으로 이혼할 수 있나요? (재판상 이혼사유)
부부 모두 이혼에 동의한다면 ‘협의이혼’을 통해 혼인 관계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 씨의 경우처럼 어느 한쪽이 이혼을 원하지 않거나, 이혼에는 동의하더라도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등 조건이 합의되지 않으면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재판상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재판상 이혼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민법 제840조는 법원이 이혼을 선고할 수 있는 6가지 이혼사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지혜 씨의 사연은 위 6가지 사유 중, 특히 제3호 ‘심히 부당한 대우’와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3. 두 번째 쟁점: 배우자 험담, ‘심히 부당한 대우’ 또는 ‘중대한 이혼사유’에 해당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한두 번의 다툼이나 가벼운 불평만으로는 이혼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혜 씨의 사연처럼 배우자가 어린 자녀에게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행위는 단순한 부부싸움을 넘어선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가. ‘심히 부당한 대우’로서의 정서적 학대
‘심히 부당한 대우’(민법 제840조 제3호)는 반드시 신체적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격을 모독하는 심한 욕설, 무시, 비난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 역시 포함됩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매개로 배우자를 공격하는 것은 매우 교묘하고 악의적인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배우자의 인격을 폄훼하고 부모로서의 권위를 훼손하며, 가정 내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서의 관계 파탄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남편이 아이에게 아내의 험담을 하는 행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신뢰 파괴: 부부는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자녀를 이용해 배우자를 험담하는 것은 이러한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행위입니다.
- 정서적 유대감 상실: 이미 ‘하우스메이트’처럼 지내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부부 사이에 어떠한 애정과 유대감도 남아있지 않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 자녀에 대한 악영향: 부모 중 한쪽이 다른 쪽을 비난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심각한 정서적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를 ‘부모 따돌림(Parental Alienation)’이라고도 하는데, 법원은 자녀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이러한 행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남편의 행동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이로 인해 부부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져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면, 이는 명백한 이혼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세 번째 쟁점: 아이의 양육권은 어떻게 될까요?
이혼을 결심한 부모에게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자녀의 양육권 문제입니다. 지혜 씨의 경우, 평소 남편이 아이와 더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 때문에 양육권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양육권자를 결정할 때 단순히 ‘누가 아이와 더 친한가’만을 보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의 성장과 복리에 무엇이 최선인가(자녀의 복리)’**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이에게 상대 배우자를 험담한 남편의 행동은 양육권 분쟁에서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를 부부 갈등의 도구로 이용하고, 아이가 다른 부모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을 방해하는 비양육적인 태도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자녀가 부모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쪽을 더 성숙하고 안정적인 양육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결론: 차분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법적 절차를 준비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아이에게 내 험담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극심한 감정적 충격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법적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첫째, 남편의 행동은 민법 제840조 제3호 또는 제6호에 해당하는 명백한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둘째, 이러한 행동은 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남편에게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셋째, 남편의 발언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편과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아이가 한 말을 날짜와 시간,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꾸준히 기록해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신뢰가 무너진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법적 쟁점을 명확히 하고, 이혼 과정에서 나의 권리와 자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남편이 딱 한 번 험담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혼할 수 있나요?
A. 한 번의 사건만으로는 ‘심히 부당한 대우’나 ‘혼인 파탄’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원은 그러한 행동의 빈도, 기간, 내용의 심각성, 그리고 그로 인해 부부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아이에게 아빠가 한 말을 증언해달라고 해도 되나요?
A. 5살 아이에게 법정 증언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아이에게 더 큰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법원은 가사조사관을 통해 자녀의 양육 환경을 조사하거나, 필요한 경우 아동 심리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어떻게 듣고 기록했는지가 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Q3. 남편이 이혼을 절대 안 해주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되나요?
A. 상대방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혼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위에서 설명한 이혼사유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혼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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