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끝없는 간섭, 남편은 엄마 편… 이혼 사유가 될까요?
1. 가상의 사연: 지쳐버린 며느리, 지혜 씨 이야기
결혼 5년 차 지혜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숨 막힙니다. 연애 시절 다정했던 남편만 믿고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시어머니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아침저녁으로 전화해 “아침밥은 뭘 차려줬니?”, “오늘 저녁 메뉴는 뭐니?”라며 사사건건 보고를 받으려 합니다. 지혜 씨의 옷차림, 머리 스타일은 물론, 집에 예고 없이 찾아와 “집이 이게 뭐냐”며 청소 상태를 지적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최근 아이를 낳은 후에는 간섭이 더 심해졌습니다. “요즘 애들은 그렇게 키우는 게 아니다”, “기저귀는 천 기저귀를 써야지” 등 육아 방식에 대한 잔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어 남편에게 고충을 토로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습니다. “우리 엄마가 악의가 있는 건 아니잖아. 당신 좋아서 그러시는 거지.”, “당신이 조금만 참으면 안 돼?” 남편은 언제나 엄마 편이었고, 지혜 씨는 이 거대한 벽 앞에서 철저히 혼자가 된 기분입니다.
결국 지혜 씨는 진지하게 이혼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의 부당한 간섭과 남편의 방관으로 인해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런 고부 갈등 문제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혼하게 된다면, 그동안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혼을 결심했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2. 첫 번째 쟁점: 고부 갈등, 법적인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많은 분들이 성격 차이나 경제 문제, 배우자의 외도만이 이혼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법은 생각보다 넓은 범위의 이혼 사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6가지 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고부 갈등은 주로 다음 두 가지 조항과 관련이 깊습니다.
-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여기서 핵심은 ‘심히 부당한 대우’의 정도입니다. 단순히 사이가 좋지 않거나 가끔 서운한 말을 듣는 정도를 넘어, 사회 통념상 부부 공동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폭언, 모욕, 무시 등 부당한 대우가 계속되었다면 이는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참조).
더 중요한 것은 ‘남편의 태도’입니다. 시어머니가 부당한 대우를 하더라도 남편이 적극적으로 아내를 보호하고 갈등을 중재하려 노력했다면 법원은 혼인 관계 회복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 씨의 사례처럼 남편이 갈등을 방관하거나 오히려 시어머니 편을 들며 아내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이는 부부 사이의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깨뜨리는 행위입니다.
결국 시어머니의 부당한 대우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방관하는 남편의 태도가 결합되어 부부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제6호)에 해당하여 충분히 이혼 소송을 통해 이혼이 가능합니다.

3. 두 번째 쟁점: 위자료, 시어머니와 남편 모두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혼인 관계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남편에 대한 위자료 청구: 당연히 가능합니다. 남편은 아내를 보호하고 행복한 혼인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고부 갈등 상황에서 아내의 고통을 외면하고 방관한 것은 혼인 파탄에 대한 명백한 책임 사유가 되므로,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시어머니에 대한 위자료 청구: 이 또한 ‘가능’하지만, 남편에게 청구하는 것보다는 법리적으로 더 까다로운 증명이 필요합니다. 시어머니의 행위가 단순히 며느리에게 서운함을 주는 정도를 넘어,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할 정도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폭언, 모욕, 명예훼손 등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의 행위로 인해 부부 관계가 파괴되었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합니다. 따라서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법적 검토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4. 세 번째 쟁점: 이혼 소송 결심 후, 가장 중요한 첫걸음 ‘증거 수집’
법원은 당사자의 ‘억울하다’는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판단합니다. 따라서 고부 갈등으로 인한 이혼 소송을 결심했다면,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냉정하게 증거 수집에 나서야 합니다. ‘심히 부당한 대우’와 ‘혼인 파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 통화 녹음 및 문자/카카오톡 메시지: 시어머니의 폭언이나 부당한 요구, 그리고 이에 대한 남편의 방관적인 태도가 담긴 대화 내용은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됩니다. 단, 대화 당사자가 본인이어야 합법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 일기 또는 상세한 메모: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말을 했고, 그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6하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록해두세요. 일관되고 상세한 기록은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줍니다.
- 정신과 진료 기록: 고부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과적 어려움을 겪었다면, 진단서나 상담 기록은 정신적 고통을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객관적 자료가 됩니다.
- 주변인의 사실확인서 또는 증언: 갈등 상황을 직접 목격했거나, 지혜 씨의 고통을 자주 들어온 친구, 형제자매의 진술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증거 수집은 이혼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어떤 증거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결론: 감정적 대응보다 냉철한 법적 준비가 중요합니다.
시어머니의 부당한 간섭과 남편의 외면 속에서 홀로 고통받고 있다면, 더 이상 참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 있습니다.
- 고부 갈등은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배우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는 법의 보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감정적인 소모를 멈추고, 차분하게 법적 절차를 준비하여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이 과정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받고, 체계적인 소송 전략을 세워 나가는 것이 현명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남편은 절대 이혼 못 해준다고 하는데, 소송으로 이혼이 가능한가요?
A. 네,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때 법원의 판결을 통해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바로 ‘재판상 이혼’ 소송입니다.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있음을 증거를 통해 충분히 입증한다면, 배우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원으로부터 이혼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Q2. 위자료 액수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A. 위자료 액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법원은 혼인 기간, 파탄의 원인과 책임 정도, 당사자의 나이, 직업, 재산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직권으로 결정합니다. 따라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음을 명확히 주장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여 합당한 위자료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시어머니와 남편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는데, 증거로 쓸 수 있나요?
A. 사용할 수 없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렇게 수집된 증거는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합법적인 증거 수집 방법을 위해 반드시 변호사와 먼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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