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경력을 숨긴 배우자, 이혼 사유가 될까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우자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셨을 겁니다. 특히 그것이 ‘사실혼 경력’처럼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혼인신고는 안 했으니 속인 게 아니다”라는 배우자의 변명에 더욱 혼란스러우실 텐데요.
이러한 사정이 이혼 사유가 될까요?

1. ‘알려줬어야 하는 사실’을 숨긴 것, 문제의 시작입니다.
결혼은 단순히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을 넘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생을 공유하는 법적인 약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 이전 혼인 경력: 재혼인지 초혼인지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사실혼’도 마찬가지: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다고 해도, 오랜 기간 다른 사람과 부부처럼 살았던 경험은 결혼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숨긴 것은 단순히 비밀이 있었던 것을 넘어, 부부 사이의 가장 중요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2. “이 결혼, 없던 일로 할 수 있나요?” – 혼인취소
‘혼인취소’는 말 그대로 하자가 있는 결혼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배우자가 사실혼 경력을 숨긴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면 혼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16조 제3호).
다만 법원은 단순히 어떤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 ‘사기’가 되려면,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마땅히 알렸어야 할 의무(고지의무)’가 있었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알릴 의무’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여러 사정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나이나 초혼인지 여부 ▲어떻게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 ▲숨긴 사실이 결혼을 결심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사실이 부부의 신뢰 관계에 꼭 필요한 정보인지 ▲상대방이 과거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실을 숨긴 행위가 신의성실 원칙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인지를 판단합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661 판결 참조).
따라서 배우자의 사실혼 경력을 알았다면 결코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만큼 중요한 문제이고, 배우자가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인정된다면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취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매우 중요] 혼인취소에는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합니다(민법 제823조). 이 기간이 지나면 혼인취소는 할 수 없고, 아래에서 설명할 ‘이혼 소송’을 고려해야 합니다.

3. “더는 같이 못 살겠습니다.” – 이혼 소송
‘이혼’은 유효하게 성립된 혼인 관계를 앞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과거를 알게 된 후 신뢰가 깨져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소송을 통해 이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
법원은 단순히 혼인 경력을 숨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혼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부부 사이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깨졌고,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면 이혼 사유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4. 상처에 대한 보상,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기망 행위로 인해 결혼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그로 인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는 혼인취소 소송이나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함께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전문가의 조언: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마음이 복잡하시겠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세요.
배우자의 과거 사실혼 경력을 입증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사진, 동영상, 지인과의 대화 녹음, 메시지 내용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전문가와 상담하여 최선의 길을 찾으세요.
혼인취소를 할지, 이혼 소송을 할지, 혹은 다른 해결 방법은 없는지는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가장 유리한 법적 대응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혼인신고를 안 한 ‘사실혼’ 관계였다고 하는데, 그래도 문제 되나요?
A. 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법적 기록이 남지 않았더라도, 오랜 기간 다른 사람과 부부로 지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긴 것은 결혼의 전제가 되는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입니다. 사실혼 여부가 결혼을 결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었고, 이로 인해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혼인취소나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혼인취소와 이혼, 어떤 게 더 유리한가요?
A. 두 제도는 법적 효과가 다릅니다. ‘혼인취소’는 결혼 이력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건이 더 까다롭고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반면 ‘이혼’은 요건이 비교적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 유리할지는 재산분할, 자녀 문제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이 사실을 안 지 3개월이 넘었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나요?
A. 아닙니다. ‘혼인취소’는 할 수 없지만, ‘이혼 소송’은 가능합니다. 배우자를 속인 행위로 인해 신뢰가 깨져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점을 주장하여 재판상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믿음이 깨진 상황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법은 당신의 편에서 권리를 보호할 방법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면책 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