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아니라고?"… 친자확인, 법적 절차와 핵심 증거 총정리
1. 가상의 사연: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의심
결혼 2년 차에 아들을 얻고 누구보다 행복했던 민수 씨. 하지만 성격 차이로 아내와의 갈등은 깊어졌고, 결국 두 사람은 합의이혼을 통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민수 씨는 매달 꼬박꼬박 양육비를 보내며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수 씨는 우연히 전 아내의 SNS에서 충격적인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 아내가 친구와 나눈 대화에는 아이의 출생 시점과 관련하여 민수 씨를 기만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에 빠진 민수 씨. 지난 결혼 생활의 모든 순간이 의심으로 변하며, 혹시 아이가 자신의 친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 끔찍한 의심이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얽힌 부자 관계를 정리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민수 씨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2. 첫 번째 쟁점: 법률이 말하는 ‘친자 관계’, 어떻게 다투어야 할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법적으로 친자 관계를 다투는 소송은 상황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는 점입니다. 어떤 소송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따라 절차와 요건이 달라지므로, 이는 친자확인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 ‘친생부인의 소’
우리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44조). 이를 ‘친생추정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혼인관계가 시작된 지 200일 후부터 혼인관계가 끝난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는 모두 이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민수 씨의 경우처럼 법의 추정을 받는 자녀와의 관계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합니다(민법 제847조). 이 기간이 지나면 설령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법적인 부자 관계를 되돌릴 수 없게 될 수 있으므로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나. 친생추정을 받지 않는 경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반면, 아내가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객관적으로 명백했다면 친생추정의 원칙이 깨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의 장기 해외 파견, 수감 생활 등으로 부부 사이에 동거 관계가 전혀 없었을 때 태어난 아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자녀와의 관계를 다투거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 다른 여러 사정이 있을 때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은 친생부인의 소와 달리 ‘2년’이라는 엄격한 제소 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3. 두 번째 쟁점: 가장 확실한 증거, 유전자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어떤 종류의 소송이든, 친자확인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는 단연 **유전자 검사(DNA 검사)**입니다. 법원 역시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가장 유력한 증거로 인정합니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므8217 판결 참조).
유전자 검사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됩니다.
- 소송 제기: 먼저 관할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소’ 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등 상황에 맞는 소장을 제출합니다.
- 감정 신청: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친자 감정신청서’를 제출하여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 검사 진행: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여 공신력 있는 감정(검사) 기관과 검사 일시, 장소를 지정하여 검사를 명하게 됩니다. 당사자들은 지정된 날짜에 함께 출석하여 검사를 받게 됩니다.
만약 상대방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방이 검사를 피한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를 거부하는 당사자에게 검사를 받으라는 ‘수검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사 거부라는 행위 자체가 소송에서 매우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검사를 거부하는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하고, 검사를 신청한 당사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4. 세 번째 쟁점: 유전자 검사 외에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
유전자 검사가 친생자확인소송의 ‘결정타’라면, 다른 증거들은 소송을 시작하고 법원을 설득하며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검사를 거부할 때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다음과 같은 증거들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객관적인 의료 기록: 당사자 및 자녀의 혈액형 검사 결과, 진료 기록 등
- 상대방의 자백 또는 암시: 상대방이 친자 관계를 의심케 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통화 녹음, 이메일 등
- 주변인의 증언: 가족, 친구, 지인 등 평소 부부의 관계나 갈등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의 사실확인서나 법정 증언
- 물리적 불가능 입증 자료: 아이의 임신 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출입국기록, 수용증명서, 장기 출장 관련 서류 등
이러한 증거들은 법원이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하고, 소송의 전반적인 흐름을 유리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5. 결론: 감정적 대응보다 냉철한 법적 절차로 해결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친자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섣불리 상대방과 다투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생자확인소송이라는 명확한 법적 절차를 통해 냉철하게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의 상황이 ‘친생부인의 소’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2년이라는 제소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전자 검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보조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법원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혼자 진행하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방지하고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의심이 드는 초기 단계부터 가사 소송 경험이 풍부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6.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상대방이 아이를 데리고 잠적하여 끝까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정당한 이유 없는 검사 거부는 소송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법원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검사를 거부하는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유전자 검사 없이도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Q2. 저는 미혼모인데, 아이 아빠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어떻게 하죠?
A. 이 경우는 반대로 법적인 부자 관계를 인정받기 위한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소송을 통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상대방을 아이의 법적인 아버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할 수 있고, 과거 및 장래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인지청구소송 역시 유전자 검사가 가장 핵심적인 증거가 됩니다.
Q3. 친생자확인소송에서 이기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나요?
A. 법원에서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확정판결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부모-자식 관계가 완전히 소멸하므로, 더 이상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며 상속 관계도 완전히 단절됩니다.
Q4. 소송을 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A. 소송에는 변호사 선임 비용, 법원에 내는 인지대 및 송달료, 그리고 유전자 검사 비용(보통 수십만 원) 등이 발생합니다. 구체적인 변호사 선임 비용은 사안의 난이도와 소송 진행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여러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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