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의 배신,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가능할까요?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 수년간 동고동락하며 부부와 다름없이 살아온 관계를 ‘사실혼’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사실혼 관계에서도 법률혼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만약 소중하게 지켜온 사실혼 관계가 배우자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오늘은 가상의 사연을 통해 사실혼 관계에서의 부정행위, 재산분할, 그리고 중혼(重婚) 문제까지 법률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가상의 사연: 믿었던 사람의 두 얼굴
저는 10년 지기 연인이자 동반자인 사람과 함께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습니다.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양가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 저희를 부부로 알고 있고, 함께 돈을 모아 아파트도 한 채 장만했습니다. 저희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우자가 가게 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저 몰래 혼인신고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10년간 함께 일군 재산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저의 청춘과 신뢰를 짓밟은 두 사람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발목을 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2. 첫 번째 쟁점: 사실혼 관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사실혼’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입니다.
단순히 함께 사는 ‘동거’와 ‘사실혼’은 다릅니다. 법원이 사실혼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므70 판결).
- 주관적 요건: 혼인의사의 합치
두 사람 모두 부부가 되겠다는 진정한 의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객관적 요건: 부부공동생활의 실체
주변 사람들이 부부로 인정할 만큼 결혼 생활의 실질적인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면, 비록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우리 법원은 사실혼 관계를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합니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가 부당하게 파기된 경우,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 청구가 모두 포함됩니다.

3. 두 번째 쟁점: 혼인신고 없이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까?
사연자분의 가장 큰 고민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모두 가능합니다.
가. 재산분할 청구: 함께 일군 재산에 대한 정당한 권리
재산분할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혼 기간 동안 두 사람이 공동으로 노력하여 형성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 준용).
따라서 사연자분은 배우자 명의로 된 아파트나 예금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실혼 기간 중에 함께 노력해서 모은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한다면 자신의 기여분에 해당하는 만큼 재산을 분할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재산 형성 과정에서 사연자분의 기여도(가게 운영, 가사 노동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분할 비율을 결정하게 됩니다.
나. 위자료 청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사실혼 관계에서 지켜야 할 정조의무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 유추 적용). 이로 인해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상간자)에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간자가 상대방에게 사실혼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한 관계를 맺었다면, 두 사람은 공동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4. 세 번째 쟁점: 사실혼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했다면?
우리 법은 법률혼 우선주의를 택하고 있어, 일단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마쳤다면 그 법률혼이 우선적인 효력을 갖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연자분의 권리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한 행위는 기존의 사실혼 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매우 명백한 유책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사연자분은 다음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사실혼 관계 파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배우자와 상간자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사실혼 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 사실혼 관계가 파탄된 시점(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동안 함께 모은 재산에 대해 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는 정상적인 사실혼 관계가 배우자의 배신(중혼)으로 인해 깨진 것이므로, 그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산을 정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5. 결론: 혼인신고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실질’과 ‘증거’
정리하자면, 사실혼 관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두텁게 보호받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배신으로 관계가 파탄되었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 위자료와 재산분할 모두 청구 가능합니다.
-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한 것은 관계 파탄의 명백한 증거가 됩니다.
다만,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우리가 사실혼 관계였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재판 과정은 복잡하고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억울한 상황에 처하셨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사실혼 관계였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A. 객관적인 증거가 중요합니다. △결혼식을 올렸다는 증거(청첩장, 사진 등) △양가 부모님, 친지,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증언 △상당 기간 동거하며 주소지를 함께한 사실(주민등록등본 등) △생활비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사용한 내역(계좌이체 내역 등) △서로를 ‘남편’, ‘아내’ 등으로 칭한 메시지나 편지 등이 모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Q2.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사실혼 기간 동안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취득한 모든 재산이 포함됩니다. 부동산, 예금, 주식, 자동차는 물론이고 채무(빚)까지도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재산 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핵심입니다.
Q3. 상대방이 소송 전에 재산을 몰래 처분하거나 숨기면 어떻게 하죠?
A.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나 소송 중에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가압류’나 ‘가처분’과 같은 보전처분을 신청하여 상대방이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둘 수 있습니다.
Q4.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되나요?
A. 법적으로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됩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출생신고 시 ‘인지(認知)’를 해야 법적인 부자(父子) 관계가 형성됩니다. 인지가 이루어져야 아이는 상속, 부양 등에서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아버지가 인지를 거부한다면, 법원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