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남)인 줄 모르고 만났는데... 상간소송, 저도 책임져야 하나요?
※ 본 글은 이혼 및 가사법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나 사건에 대한 판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연애를 시작하고 깊은 관계로 발전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상대방의 배우자라며 연락이 와 상간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일 것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억울함은 더욱 클 것입니다.
과연 이렇게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경우에도 상간소송의 책임을 져야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상간소송의 성립 요건과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하는지, 그리고 주요 판례는 어떠한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상간소송이란 무엇인가요?
상간소송이란,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부정한 행위를 한 제3자(상간자)를 상대로 그 배우자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간통죄라는 형사처벌 조항이 있었지만,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형사 책임이 사라졌을 뿐, 민사상 책임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상간자의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2. 책임의 핵심: ‘알고 있었는가?’ (고의 또는 과실)
상간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다른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즉, 상간자가 상대방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고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음에도 부주의하여 알지 못한 경우(과실)**에만 책임이 성립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한 데에 과실도 없다면 원칙적으로 상간소송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3.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주요 판례)
실제 소송에서는 ‘정말 몰랐는가?’와 ‘모른 것에 과실은 없는가?’가 가장 큰 쟁점이 됩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의 고의·과실 여부를 판단합니다.
가.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우 (과실 인정)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법원은 교제 기간, 만남의 경위, 대화 내용 등을 통해 피고가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충분히 의심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 사례 1: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
수원지방법원은 “피고는 상대방과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사이로,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혼인 이후 나눈 통화의 내용 및 구체적인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고 보아, 피고가 혼인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3. 9. 14. 선고 2022가단580866 판결). - 사례 2: “이혼 소송 중”이라는 말만 믿은 경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피고가 “상대방이 이혼 소송 중이라고 말해서 믿고 교제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피고가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교제를 시작한 점” 등을 들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1. 4. 8. 선고 2020가단36112 판결). 이처럼 ‘이혼 예정’이라는 말만 믿고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 ‘몰랐다’는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경우 (책임 감경)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미혼이라고 속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관계를 정리했다면 책임이 면제되거나 크게 감경될 수 있습니다.
- 사례 3: 혼인 사실을 안 시점이 중요한 경우
대전지방법원은 “피고가 원고(상대방의 배우자)로부터 전화를 받기 이전부터 상대방이 유부녀임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보면서도, 전화를 받은 이후에도 만남을 일부 지속한 점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감액하여 인정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1. 7. 14. 선고 2020가단132318 판결). 이는 혼인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위자료 산정에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상대방이 기혼자인 것을 알고 바로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그래도 소송을 당할까요?
A. 혼인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모든 연락을 끊고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면, 그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하여 책임을 면하거나 감경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혼인 사실을 인지한 즉시 관계를 단절했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문자, 카톡 등)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Q2. 상대방이 “별거 중이라 사실상 이혼한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괜찮을까요?
A.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한, 별거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부정행위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부 관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난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되면 위자료 액수가 감액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파탄’의 인정 기준은 매우 엄격하므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Q3. 상간소송 위자료는 보통 얼마나 나오나요?
A. 정해진 금액은 없으며, 법원이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그로 인해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는지 여부, 기존 혼인 기간, 자녀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합니다. 최근 판례 경향을 보면 통상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4. 억울하게 소장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몰랐고, 모른 데에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 상대방이 자신을 미혼이라고 소개한 증거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SNS 게시물 등)
- 교제 중 혼인 사실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 대한 주장
- 혼인 사실을 알게 된 후 즉시 관계를 단절했음을 보여주는 증거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결론
상대방이 기혼자임을 모르고 만났다면 상간소송의 책임을 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면책해주지 않으며, ‘모른 데에 과실이 없었는지’를 객관적 증거를 통해 엄격하게 심리합니다.
억울하게 상간자로 지목되어 소송에 휘말렸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신속하게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여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