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부터 다른 여자가? 사기결혼, 혼인취소와 위자료 청구 총정리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 하지만 그 시작이 거짓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중학교 때부터 만나 결혼한 남편에게 결혼 전부터 사귀던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배우자의 기망행위로 인해 혼인에 이르렀을 경우, 법적으로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 취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기 결혼을 이유로 한 혼인 취소의 요건과 절차, 그리고 위자료 및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혼인 취소’와 ‘이혼’, 무엇이 다를까요?
배우자의 잘못으로 혼인 관계를 끝내고자 할 때 ‘혼인 취소’와 ‘이혼’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둘은 법적 효과와 요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 혼인 취소: 혼인 성립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을 이유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혼인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824조에 따라 혼인 취소의 효력은 과거로 소급하지 않으므로, 취소 전까지의 혼인 생활은 유효한 것으로 봅니다. (민법 제824조)
- 이혼: 유효하게 성립된 혼인 관계를 부부의 합의(협의이혼) 또는 법원의 재판(재판상 이혼)을 통해 장래에 향하여 해소시키는 것입니다.
A씨의 경우처럼 배우자가 다른 연인 관계를 숨기고 결혼했다면, 이는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하여 혼인 취소를 청구해 볼 수 있습니다. (민법 제816조 제3호)
혼인이 취소되면 법적으로는 혼인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하여 재산분할 의무 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그만큼 입증이 까다롭고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2.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 취소,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법원은 단순히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혼인 취소를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사기를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행위가 있을 것
단순한 재산, 직업, 학력에 대한 과장을 넘어, 혼인 생활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에 대한 기망이어야 합니다. -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을 것
단순히 침묵하거나 알리지 않은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고지하는 등 위법한 수단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 일반인의 관점에서 중대할 것
객관적으로 보아 그러한 기망 사실을 알았더라면 누구라도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될 정도의 중대성이 있어야 합니다. (서울가정법원 2004. 1. 16. 선고 2002드단69092 판결 혼인의 취소)
<판례로 보는 혼인 취소 인정 사례>
- 과거 혼인 및 출산 경력을 속인 경우
법원은 혼인 상대방의 과거 혼인 및 이혼 경력, 출산 경력 등은 상대방이 혼인의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를 속이고 결혼한 경우, 상대방은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13. 06. 05. 선고 2013드단1021 판결 혼인의취소) 또한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인 경우 혼인 무효는 아니지만 취소 사유는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06. 8. 31. 선고 2005드합2103 판결 혼인의무효등) - 학력, 직업, 집안 배경 등을 거짓으로 꾸며낸 경우
피고가 대학교 재학생이 아님에도 재학생인 것처럼 속이고, 부모의 거주지 등 집안 배경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여 혼인에 이른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사기에 의한 혼인으로 보아 취소를 인정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15. 05. 21. 선고 2014드단327296 판결 혼인취소및위자료등) - 중대한 범죄 사실이나 질병을 숨긴 경우
혼인 당시 무고와 공갈 등 범죄 사실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음을 숨긴 경우, 법원은 이를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했습니다. (부산가정법원 2019. 05. 28 선고 2018드단204363 판결 혼인의취소)
매우 중요한 점은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 취소는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823조) 이 기간이 지나면 혼인 취소 청구권이 소멸하므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3. 위자료와 상간자 손해배상 청구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
혼인 취소와 이혼, 두 경우 모두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혼인 취소 시: 혼인 취소의 원인을 제공한 상대방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이혼 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명백한 재판상 이혼 사유이며, 이를 원인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혼인 기간, 파탄 경위, 유책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결정합니다.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제3자(상간자)에게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상간자 소송은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하고 파탄에 이르게 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이혼 소송과 별개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가정법원에 관련 사건으로 함께 제기하여 처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간자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상간자가 배우자가 기혼자임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혼인 취소와 이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법적 효과와 입증의 난이도입니다. 이혼은 유효했던 혼인을 해소하는 것이지만, 혼인 취소는 혼인 성립 자체의 하자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혼인 취소는 입증이 매우 까다롭고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라는 짧은 제소기간이 정해져 있어(민법 제823조), 현실적으로는 이혼 소송을 통해 관계를 정리하고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Q2. 배우자의 재산이나 직업에 대한 거짓말도 혼인 취소 사유가 되나요?
A. 통상 재산관계나 경제적 능력, 직업 등에 대한 기망은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04. 1. 16. 선고 2002드단69092 판결 혼인의 취소) 하지만 거짓말의 정도가 매우 심하고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었으며, 이를 알았다면 누구라도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될 정도라면 예외적으로 취소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Q3. 혼인 취소 소송을 할 수 있는 3개월이 지났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면 혼인 취소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민법 제823조) 이 경우에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을 이혼 사유로 삼아 재판상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Q4. 결혼식 비용이나 생활비도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혼인 취소의 효력은 과거로 소급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혼인 생활은 유효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결혼식 비용이나 혼인 기간 동안 지출한 생활비 등은 유효한 혼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보아 재산상 손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06. 8. 31. 선고 2005드합2103 판결 혼인의무효등)
Q5. 상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이혼을 꼭 해야 하나요?
A. 반드시 이혼을 해야만 상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상간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론
배우자의 거짓말로 시작된 결혼 생활은 큰 상처와 고통을 남깁니다. 법적으로는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라는 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길이 열려 있지만, 3개월이라는 짧은 제소기간과 까다로운 입증 책임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혼인 취소와 이혼의 장단점을 충분히 비교하고, 위자료 및 상간자 손해배상 청구 등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법적 대응 방안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