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후 가출한 배우자, 갑자기 이혼조정 신청을 했다면?
※ 본 내용은 이혼 관련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사소한 부부싸움 후 배우자가 집을 나갔고, 몇 달째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하던 중 법원으로부터 ‘이혼 조정신청서’를 받게 되었다면 눈앞이 캄캄해질 것입니다. 혼인 관계를 정리할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받으면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배우자의 가출 후 조정이혼이 신청된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관련 판례는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조정이혼’이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 반드시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조정이혼은 법원의 조정위원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유도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입니다.
- 조정 성립: 양측이 이혼 및 제반 조건(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등)에 합의하면 조정이 성립되고, 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 조정 불성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조정은 불성립되고, 사건은 자동으로 이혼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법원으로부터 조정기일 통지서를 받았다면, 반드시 지정된 날짜에 출석하여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2. 배우자의 ‘가출’, 이혼 사유가 될까요?
민법은 재판상 이혼 사유 중 하나로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2호). ‘악의의 유기’란 정당한 이유 없이 부부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가출은 대표적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출로 인해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여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6호).
주요 판례
- 단기간의 가출도 이혼 사유로 인정: 대법원은 혼인신고 후 약 20일간 동거하다가 농사일이 힘들고 남편의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은 아내의 행위가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므83,86므84 판결 이혼등).
- 반복적인 가출: 여러 차례 가출한 전력이 있음에도 용서를 받고 다시 가재도구를 모두 챙겨 가출한 아내의 행위 역시 악의의 유기 및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84. 7. 10. 선고 84므27,84므28 판결 이혼등ㆍ이혼).
다만, 모든 가출이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가출의 원인, 기간, 가출 전후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만약 상대방의 폭언,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피하기 위한 가출이었다면 오히려 가출한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데 유리한 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7. 12. 12 선고 2017구단50888 판결 강제퇴거명령취소).

3.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우리 법원은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즉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를 ‘유책주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주요 판례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불허)
- 대법원은 남편이 외박 문제로 다툰 후 스스로 가출하여 다른 여자와 동거한 사안에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으므로 그의 이혼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83. 7. 12. 선고 83므11 판결 이혼).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경우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완전히 파탄에 이른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 판단 기준: 대법원은 ① 상대방 배우자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②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이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때 법원은 유책성의 정도, 상대방의 혼인 계속 의사 및 감정, 별거 기간, 자녀의 복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판결 이혼).
따라서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가출하여 이혼을 청구한 경우, 가출의 원인이 된 부부싸움의 경위와 혼인 기간 동안의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누가 혼인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는지를 법정에서 다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4. 조정기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혼인 관계 유지를 원한다면: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이혼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부부 상담 등을 제안하며 진솔하게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혼에 동의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제시한 위자료, 재산분할 등의 조건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조정 과정에서 본인의 입장을 주장하고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협의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유책을 주장하며 이혼을 원한다면 (반소 제기): 상대방의 가출 등 귀책사유로 인해 혼인이 파탄되었음을 주장하며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상대방의 유책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문자메시지, 통화 녹음, 주변인 진술 등)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조정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조정담당판사가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결정에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므로,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조정이 불성립되면 자동으로 소송으로 진행됩니다.
Q2. 배우자가 가출한 상태에서 제가 먼저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배우자의 가출이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악의의 유기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먼저 이혼 소송(또는 조정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Q3. 조정이 성립되면 바로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나요?
A. 네, 그렇습니다. 조정이 성립되면 그 즉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여 혼인 관계가 해소됩니다. 이후 1개월 이내에 시(구)·읍·면사무소에 조정조서 등본과 송달증명원을 첨부하여 이혼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 신고는 효력 발생 요건이 아닌 보고적 신고입니다.
Q4. 배우자가 가출한 상태에서 공동명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이혼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법률상 부부 관계가 유지되므로, 공동재산을 상대방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하면 추후 재산분할 소송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사해행위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839조의3).
Q5. 조정 과정에서 다시 화해하고 재결합할 수도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조정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당사자 간의 화해와 원만한 해결입니다. 조정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오해를 풀어 다시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한다면, 조정 신청을 취하하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가출과 이혼 청구는 큰 정신적 충격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법적 절차를 차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냉철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 내용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