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에 남편이 집 비밀번호를 바꿨어요. 제 짐, 가져올 수 있을까요?
1. 가상의 사연: 엇갈린 마음, 잠겨버린 문
“남편과의 잦은 다툼에 지쳐 일단 집을 나온 지 5개월째입니다. 처음에는 며칠만 떨어져 있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져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곧 이혼 소송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당장 급한 제 개인 짐들을 가져오지 못해 막막합니다.
며칠 전 집에 잠시 들르려고 하니, 남편이 현관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더군요.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들어오면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겠다’는 문자만 보내왔습니다. 집에서 나올 때 급하게 나오느라 제 노트북, 겨울옷, 개인 서류들을 하나도 챙기지 못했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제 집에 제 물건을 가지러 가는 건데, 정말 범죄가 될 수 있나요? 합법적으로 제 짐을 찾아올 방법은 없을까요?”

2. 첫 번째 쟁점: 내 집인데도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나요?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일 겁니다. 명의가 공동이거나 내 이름으로 된 집이라도, 배우자의 허락 없이 들어갈 경우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관련 법령: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많은 분들이 ‘내 소유의 집인데 왜 주거침입이냐’고 반문하십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소유권보다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더 중요하게 보호합니다. 즉, 현재 그곳에서 누가 평온하게 생활하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부부 중 한쪽이 집을 나와 장기간 별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배우자가 평온하게 거주하고 있다면, 그 집은 남은 배우자의 ‘사실상 주거’가 됩니다. 따라서 집을 나간 배우자가 허락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로 보아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별거 기간이 매우 짧거나 일시적인 다툼으로 잠시 집을 나온 경우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연처럼 5개월간 별거하며 이혼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열쇠 수리공을 부르거나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행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3. 두 번째 쟁점: 내 물건인데도 ‘절도죄’가 될 수 있나요?
어렵게 집에 들어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행위는 괜찮을까요? 이 역시 ‘절도죄’의 위험이 따릅니다.
- 관련 법령: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의 재물’이라는 개념입니다.
- 특유재산: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이나 상속·증여받은 재산 등 명백히 ‘내 것’인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공동재산: 하지만 혼인 기간 중 부부가 함께 노력해서 마련한 TV, 소파, 컴퓨터 등 공동재산은 부부 각자의 소유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재물’이라는 성격도 가집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동의 없이 공동재산을 임의로 가져올 경우,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혼 소송 중인 아내가 남편 명의의 집에 들어가 공동소유인 귀금속 등을 가져온 사안에서 법원이 절도죄를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물건이 명백한 내 특유재산인지, 아니면 공동재산인지 애매하다면 함부로 가져오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4.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짐을 가져올 방법은?
감정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절도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앞으로 진행될 이혼 소송에서도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소중한 짐을 안전하게 찾아올 수 있을까요?
1단계: 협의 시도 및 증거 확보
우선 배우자에게 연락하여 “언제, 어떤 짐을 가지러 가겠다”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협의를 시도해야 합니다. 이때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음 등으로 협의를 요청한 사실과, 그럼에도 배우자가 부당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단계: 경찰 동행 요청
배우자가 계속 거부할 경우, 경찰에 연락하여 동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문을 강제로 열어주거나 짐을 빼앗아 줄 권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 폭력 등 불상사 예방: 감정적인 충돌이나 물리적 다툼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 객관적 상황 기록: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짐을 내어주지 않는 상황을 경찰 출동 기록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이는 추후 법적 절차에서 유리한 증거가 됩니다.
3단계: 법적 절차 활용 (가장 확실한 방법)
협의와 경찰 동행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법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 ‘인도단행가처분’ 신청: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시급히 가져와야 할 물건(예: 업무용 노트북, 의약품, 계절 의류 등)이 있다면 법원에 ‘인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하여 신속하게 물건을 돌려받으라는 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혼 소송 중 ‘사전처분’ 신청: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판결이 나기 전에 임시로 물건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당사자의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허가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러한 법적 절차는 배우자의 부당한 거부 사실을 입증하고, 내가 가져와야 할 물품 목록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법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5. 결론: 감정적 대응보다 법적 절차가 안전하고 빠릅니다.
별거 중 배우자가 문을 잠그고 짐을 주지 않는 상황은 매우 답답하고 화가 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내 집, 내 물건’이라는 생각만으로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주거침입, 절도, 재물손괴 등 예상치 못한 형사 문제에 휘말려 이혼 소송 전체를 망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증거를 확보하며 협의를 시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신속하게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가처분’이나 ‘사전처분’ 등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권리를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지키는 길입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남편이 제 물건을 마음대로 버리거나 팔아버리면 어떻게 하죠?
A. 명백한 본인 소유의 물건(특유재산)을 배우자가 임의로 처분했다면 형사상 재물손괴죄로 고소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공동재산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지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물건을 처분할 우려가 있다면 더욱 신속하게 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Q2. 짐을 못 가져와서 급하게 새로 산 옷이나 생활용품 비용을 남편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A. 배우자의 부당한 방해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이므로, 해당 비용에 대한 영수증 등을 잘 챙겨두셨다가 이혼 소송 시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참작되도록 주장하거나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3. 아이들 물건도 가져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절차가 같나요?
A. 자녀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지 못하게 막는 행위는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행동으로 볼 수 있어, 법적 절차 진행 시 법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혼 소송 중이라면 ‘자녀 인도 사전처분’ 등을 통해 아이와 아이의 물건을 함께 데려오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4. 이혼 소송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데, 짐만 먼저 받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이혼 소송과 별개로 물건을 돌려달라는 **’유체동산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 소송에 앞서 위에서 설명한 **’인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하여 본안 소송 판결 전에 신속하게 짐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